여행

제주도 이호테우해변 달리기

준앤현팝 2023. 12.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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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광지와 해외 관광지를 따지지 않고 좋은 곳에 가면 그곳의 분위기와 공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집니다. 차로 이동하면서 관광코스를 보는 것으로도 시간은 모자르지만 이제는 남들 다가는 관광지보다는 새로운 장소에서는 그곳만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끼는게 더 좋은 관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좋은 방법은 관광지 주변을 천천히 뛰면서 공기도 제대로 느껴보고 사람들의 들뜨고 행복한 모습도 느껴보는 것입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저는 런닝화부터 챙겼습니다. 런닝화를 넣는 것은 여행가방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항상 고민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런닝화부터 가방에 넣고 거기에 맞춰 짐을 싸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하고 계획한 것을 밀고나가는 스스로의 실행력에 자기애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런닝화와 무릎보호대, 런닝복까지 챙기니 생각보다 짐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열심히 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제주도에 지날 곳은 공항인근의 제주해군호텔로 호텔주변에는 마땅히 뛰기 좋은 곳이 없습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차를 타고 8km쯤 떨어진 곳에 이호테우해변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말등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고 해변주변으로 캠핑사이트도 있어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주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빌려 숙소에 체크인하니 시간이 꽤 늦어서 런닝은 다음날 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여기저기 관광지를 다니고 조용한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같이 간 가족들도 모두 샤워를 마치고 자신들이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고 있기에 조심히 나와 이호테우 해변으로 이동했습니다.

해수욕장이 폐장하고 날씨도 꽤 추워진 관계로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한가롭고 조용한 해변을 혼자서 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신발끈을 다시 고쳐매고 뛰면서 듣기 좋은 음악도 세팅하고 간단히 몸을 풀었습니다. 몸을 풀면서 주변을 보니 나처럼 런닝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반갑고 좋아보였습니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한발한발 뛰기 시작했습니다. 차갑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지금 제주도에 와있고 제주도를 즐기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실감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변 주변으로 이쁜 조명과 들뜬 사람들의 모습이 섞여서 또다른 세상이 열리는 듯 보였습니다. 해변주변 도로는 완만해서 뛰는데 부담이 덜했습니다. 뛰는 내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제주도에서 처음 뛰는거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몸이 땀으로 젖고 숨이 가파오면서 주변의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일의 반복은 또 다른 휴식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반복적인 일이 나에게 이렇게 즐겁고 평온한 기분을 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제는 뛰는게 참 좋고 마음이 복잡할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이호테우해변 주변을 한바퀴를 도는데는 3~4km정도가 되었습니다. 달린 거리가 조금 모자른거 같아서 말등대쪽으로 이동하여 그곳을 또 뛰었습니다. 말등대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과 자리를 깔고 고기도 구워서 먹고 시원한 맥주와 술을 즐기는 모습들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매쾌한 화로에서 나오는 연기와 고기익는 냄새가 들숨을 꽤나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 등대가 보였는데 뛸때마다 가까워지면서 선명한 등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냥 등대만 보러왔다면 복합적인 여행지의 정취와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을거 같습니다. 이렇게 뛰면서 천천히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복합되어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보는 등대의 모습은 좀더 프라이빗하고 다양한 느낌을 전해준다는게 새삼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건물들이 내뿜는 아름다운 불빛과 그것들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서 주인공처럼 보이는 등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뛰는 것을 잠시 멈춘후 등대를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지금 이순간의 기분, 냄새, 들뜸을 나중에라도 일깨워줄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가지고 여러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차장까지 몸을 풀며 복귀하니 7km정도 달리게 되었습니다. 땀도 적당히 나고 몸도 마음도 참으로 개운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달렸다는 경험이 저를 더욱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느 곳을 여행하던 그곳을 느끼기 위해 달리기를 할 생각입니다. 달리면서 새로운 곳에 내 발자취도 남기고 오감을 모두 이용해 충분히 즐기다 올 생각입니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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